집에서 오랜 기간 잘 사용했던 철제 선반을 버리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는 아내님의 지시사항.
이케아에서 구매한 작고 심플한 선반이지만 부피 때문에 나사를 풀어 분해를 해야 할 것 같다.
조그마한 나사이니 옷방 서랍에 있는 작은 드라이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실 바닥에 앉아 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난해하고 손에 힘이 많이 간다.
나사가 마모된 탓인지 십자(+) 드라이버로 하면 조금씩 갈리는 느낌이다. 그래도 아예 안되는 건 아니라 한두 개 겨우 풀었다.
더 이상 십자드라이버로는 안될 것 같아 서랍 속에서 일자(-) 드라이버를 가져왔다.
일자 드라이버는 십자드라이버보다 더 작았다.
낑낑거리며 하나 더 풀어봤는데 손이 아프다.
안되겠다 싶어 펜트리장에 있는 먼지 쌓인 보쉬 공구 세트를 꺼냈다. 몇 년 전 마지막 사용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공구다.
다양한 드라이버 세트에서 적당한 한 가지를 골라 풀어본다.
너무나 수월하게 마무리.

문득 ‘장인은 연장 탓을 않는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물론 속담 속에 담긴 뜻은 도구보다 갈고닦은 실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작고 작은 나사 하나도, 결국 맞는 드라이버를 사용해야 한다.
마치 흑백요리사에 등장하는 대단한 셰프님들에게 아이들 소꿉놀이에 쓰는 주방도구를 쥐어주면 무용지물이듯이.
오늘, 아니 미래의 나에게 맞는 연장은 무엇일까.
책? 경험? 필기도구? 성능 좋은 노트북? 체력을 길러주는 운동?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게 해 줄 강인한 멘탈? 아니면 유연함?
모두 다 일 것 같다.
게다가 칼도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듯 연장만 갖췄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닐 거다.
오늘도 꾸준해 갈자. 몸도 마음도.
#연장탓하지않는다 #연장이중요하다 #B디자이너 #지미박